02.13 대미산(1115m)
처음으로 함께 하게 되는 포항 인송 산악회.
서먹한 동행을 한다.
대미산!
백두대간 일정 구간의 황정산과 포암산 중간쯤에 위치한 산이다.
높이는 천고지가 넘지만
문경읍 여우목에서 출발을 하면
산행거리나 시간은 포항 운제산 정도 되는 산이다.
산행 들머리를 들어서는데
같이 갈 사람도 같이 가자는 사람도 없다.
가끔 함께 하는 한서와 우리와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삼십여명의 동행들이 있기는 하지만
오르다 보니 또 혼자이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으려니
카메라가 먹통이다.
밧데리 충전을 하고 충전기에서 분리한것까지는 좋았는데
카메라에 장착을 하지 않은것이다.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
열쇠를 들고
두리번 거리며 열쇠를 찾고 있으면 건망증이고
열쇠를 들고
이것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치매라는데
밧데리 놔놓고 간건
어디에 해당 하는지???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머리는 깜빡깜빡 한다. 그정도가 점점 많아지니 걱정이다.
사진도 못찍고
사방만 둘러본다.
시간도 널널하고 일행들을 한참은 기다려야 될것 같고
황정산 방향으로 내달린다.
문수봉과 백두대간 갈림길까지만이라도 더 다녀오면 시간이 일행들과 얼추 맞을것 같다.
십분 정도를 내려서니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각 방향 목적지 표시가 특이하다.
나무로 만들어진 주이정표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백두산.지리산이
그리고 그아래에 조그만하게 황정산(6.3km)대미산(0.8km)로 표기되어져 있다.
또다른 철로 만들어진 이정표에는 덜렁하니 표지 하나가 문수산(1.8km)을 가리키고 있고
눈이 쌓인 바닥에는 널판에 큰글씨로 대미산(40분)을 가리키고 있다.
하얀 설원의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뒤로 하고 옷을 벗는다.
거엇~~~ 총!!!
정선 화암동굴의 장군석(석순)과 꼭닮은넘을
단디 앞세워 놓고는 함께 거풍을 즐긴다.
자연속에서 유일하게 느낄수 있는 해방의 즐거움이다.
즐기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십분만 해야지 했는데 이십분이나 흘렀다.
주섬주섬 챙겨서 대미산을 되돌아 오르니 다른 일행들이 정상에서 시산제를 지내고 있다.
포항 일행들은 다들 내려갔다고 한다.
불과 몇걸음 내려섰을까? 후미 일행 두사람을 만난다.
몇마디 말을 주고 받는데 충청도 사람이지요?한다.
어떻게 알았냐니까 말투가 그렇단다. 자신은 옥천사람이라고 했다.
고향사람이라고 해서인가 서먹하고 어색함이 이내 친근함으로 바뀌었다.
포항 충청향우회 사무국장이라고 했다. 충청인의 행사에 참여도 하라고 하면서
이런 저런 충청향우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들과 어울려 조금더 내려가니 시산제 일행들 때문에
정상식도 하지 못했었을 인송산악회 일원들이 식사를 막 시작하고 있다.
준비해간 점심도 있긴 하지만 생각이 없다.
과메기가 눈에 띄어 한잔 하게 되는데 한잔이 두잔 되고 두잔이 세잔 되고
잔이 돌다가보니 공식적인 통성명은 없었지만 이리걸리고 저리걸리고
줄이 적잖이 연결이 된다.
입사 동기에 친구도 있고 직장동료에 친구도 만나고 산친구에 친구도 만나고...
그래서 또 한잔^^
술만 마신다.
하산은 부리기재에서 밖마을로다.
얼마나 미끄럽고 경사가 심한지 너댓번은 엉덩방아를 찧는다.
산행 하면서 이런경우도 처음이다.
술탓은 않고 맨들맨들 신발탓만 한다.
하라는 아이젠은 하지도 않으면서...
그와중에도 또한잔. 하산해서도 또 한잔
암튼 술에 취하고 정에 취하는 하루가 된다.
무등산 가는 산악회 있었으면 하고 나선 걸음이
이런 인연들 만나려고 대미산으로 오게 되었나보다.
찍는것 좋아하고 찍히는것 좋아하는 사람이
사진도 하나 없는 산행을 하였다. 그런데...
그런데...
핸드폰이 생각이 난것은
달리는 캬바레가 포항에 거의 다 도착되어질 즈음이다.
어디쯤일까? 싶어 뿌옇게 습기가 서린 차창을 커튼으로 쓱 문지르고 내다보는데
까만 창에는 핸폰 카메라 렌즈가 내게로 포커싱이 되어있지를 않은가?
아~~~ !!!
寤寐不忘 핸폰녀다.
산행때면 으례 핸폰이 손에 들려져 있었던 핸폰녀...
핸폰을 들고는 수줍은듯 발그레 미소를 머금고 있 모습이
넘 황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