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니와 2007. 3. 11. 20:42
 남북의 체제대결은 끝났다. 새 지도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염원이 대북 우위의 달성이었다. 정치, 경제, 군사의 각 부문에서 북한의 사회주의체제와 경쟁해서 이겨내는 것이었다. 우리가 박대통령이 발동을 건 체제경쟁에서 확실하게 이겼다고 생각하게 된 시점이 88 올림픽이었다. 90년대 들어오면 이미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라 격차 벌리기에 들어가게 된다. 나란히 달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관성력에 의해 계속 내달리고 북한은 주저 앉았다가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었다. 되돌아가는 것도 앰블런스에 실려 갔다. 격차는 한 해가 다르게 무섭게 벌어져서 이제는 경쟁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가 북한과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북한이 적화야욕을 불태우고 있다고 겁내는 사람들이 있다. 여차하면 정일이가 백만대군을 가지고 남침을 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현재 정일이는 남침의 꿈을 접은지 오래 됐다. 남한을 어떻게 흔들어서 적화를 해보려는 망상도 포기했다. 정일이는 현상태의 유지, 연명이 소망의 전부다.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북한과 경쟁하면 안 된다. 그건 끝난 이야기고,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과 미국과 일본과 경쟁하고 있고, 그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무슨 경쟁이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의 경쟁이다. 5자의 1자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서 우리가 나머지 4자보다 앞서야 한다. 북한은 주변 5강의 노리개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경쟁 상대국은 북한과 남한을 제외한 나머지 주변 4강이다. 북한은 울밑에 핀 봉숭화다. 어여쁘신 아가씨들이 서로 갖고 놀려고 덤비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동북 제4성이 될 수도 있고, 미국의 군정을 받게 될 수도 있고, 러시아의 부동화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국제정세하에서는 좌우익 투쟁적 시각에서의 대북압박은 결코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 정부 초창기와도 지금의 정세는 판이하다.

한반도의 기상은 매일각 변화가 무상하다. 이런 시기에 극우적 이념으로 무장한 지도자를 바란다는 것은 우리의 반쪽인 북한에 대해 방관자가 되자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5강의 영향력 다툼에서 우리가 뒤지면 안 되고, 국외자가 되거나 방관자로 내몰려서도 안 된다. 배팅이 필요하면 계속 레이스를 하면서 끝까지 판에 남아야 한다. 판에서 일어나 버리면 다시는 앉기 힘들다. 북한은 이미 오래 전에 오링된 꺼러지지만 데라를 쥐어주면서 곁에 앉혀두어야 한다. 이 싸움은 인내와 끈기의 싸움이다. 이미 북한문제는 단판에 승부를 짓기 어려워졌다. 10년 전이라면 그런 승부를 기대해 볼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눈터지는 계가바둑이다.

공갈과 거짓미소와 회유와 설득, 협박 등등 모든 수단을 유효적절하게 능수능란하게 구사해야 한다. 새 지도자는 그런 유연성과 탄력성을 가진 인물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포카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인물. 누굴까. 내가 보기에는 다행스럽게 딱 한 사람 있다.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