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식품과 불량 정치인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나홀로 티비 토론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박근혜 후보에게 처음으로 질문을 한 패널은 모대학 교수였는데 이름은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교수의 첫 질문이 정곡을 찌르는 것이어서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다. 그 날의 후보 토론회에서 여러 질문들이 있었고 또 답변이 있었지만 나머지 질문들과 답변은 사실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 교수가 던졌던 첫 번째 질문 하나로써 그날의 토론회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박근혜 후보는 차라리 처음 받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한 시간 동안 하고 내려가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박후보는 토론실로 들어서기 전에, 그림차트를 넘겨가면서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불량식품의 강력한 단속을 통해서 먹거리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했다.
패널의 질문은 불량식품 근절이라는 박후보의 공약에 빗댄 것이었다. 즉, “불량식품보다 훨씬 국민들에게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이 불량정치인인데 왜 불량식품의 근절은 약속하면서 불량정치인에 대한 대책은 없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패널이 이 질문을 하는 순간, 아! 박후보에게 황금같은 찬스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만 똑바로 제대로 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나 박후보의 답변은 두루뭉실하여 핵심을 비껴가고 말았다.
불량정치인을 청소하는 것은 불량식품을 근절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선진화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불량정치인을 청소하지 않고서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국의 기업과 경제는 세계의 일류로 손색이 없지만 정치는 3류, 4류의 후진국으로 사실 야만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정치인의 태반이 불량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치인이란 협의로 말하면 국민의 대표자들인 국회의원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절반은 먹을 수 없는 불량품이다. 저질이고, 무식하고, 부패한데다가 뻔뻔스럽고, 부정직하며, 거기다가 색깔까지 불그스레하다.
박근혜 후보는 뭐라고 답변해야 했을까? 그 패널의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어야 했다. 불량식품의 근절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책무가 맞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행정력을 동원해서 단속을 하고 지도를 하면 불량식품을 근절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불량정치인의 청소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하려고 들어서도 안 된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투표로 뽑은 국민의 대표자들이고 한사람 한사람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때려잡을 수도 없고 때려잡아서도 안 되는 상대다. 아무리 썩어빠진 인간말종이라도 국민이 뽑아서 의사당에 올려보낸 국민의 대표자인 이상 대통령은 그것을 인정하고 그들을 상대로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보고 ‘귀태’라 하고, ‘진격의 거인’이라 하고, 국정원 사건을 315부정선거에 빗대어 깐죽거리고 시청 앞 광장에 천막을 치고 지랄염병을 떨어도 대통령은 그들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에게 “왜 불량정치인 근절 대책은 없냐”고 물은 그 교수는 3권 분립의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 후보에게 물을 질문이 아닌 것이다. 대통령에게 불량정치인을 근절하라는 주문은 곧 대통령에게 독재정치를 하라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불량정치인의 청소는 누가 해야 하는가? 바로 국민이 해야 한다. 그것은 유권자의 몫인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이 저질 망종들을 계속 자신의 대표자로 뽑아서 국회로 보내는 한, 불량정치인 문제는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왜 우리나라 국민들은 저렇게 황당무계한 불량품들을 자기의 대표로 선출하는 바보짓을 끝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느냐이다. 왜 그럴까? 저 넘들의 정체를 몰라서일까? 아니면 막걸리를 얻어마셨기 때문일까?
이에 대하여는 다음 글에서 논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