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9  한영 생일.

 

 

26년전 오늘 출산휴가를 사용했었다.

 

당시에는 하기휴가 사흘외에는 일년삼백육십오일 휴일이 전무하던시절인데 어떻게 출산휴가 제도를

도입했었는지 지금도 그제도가 살아있는지 알수는 없지만 그제도가 생기면서 처음으로 사용한것 같

기도 하다.

 

그것도 여직원이 아닌 남자직원이...

 

 

전날 오후늦게 아니지 밤에 퇴근을 하여 간단히 야식을 들고는 잠깐 눈을 붙였는가 싶은데 일어나보

라고한다. 잠에 취해 멍한데 산기가 있는것 같다고 한다. 요즘이야 산기가 있으면 병원에들 가서 입

원도 하고 하겠지만 그럴줄도 모르고 힘들어하는 아이엄마만 안타까이 바라볼밖에...

 

그렇게 얼마간 힘들고 고통스런시간들이 흐르고 아이가 태어나는데 제일먼저 눈에 띄는것이 고추다.

큰아이가 여식이다보니 알게 모르게 바라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세상에서 아들은 나 하나밖에 없는것 같다. 지금은 철거가 되고 포스코 기술연구소가 떡허니 자리를

하고있는 인덕주택 C25호 단칸 셋방에서의 일인데 그아이가 벌써 다자라 독립을 해서 서울에서 살고

있다. 

 

밤새도록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면서 미역국을 끓이던 기억이 삼삼한데 바쁘단 핑계로 아들은 내려오지도

않는다. 일을 마치고 녀석 다니는 회사에 전화를 하니 잠깐 나갔다고 한다. 들어오면 집으로 전화 해달라고

일러줬더니 조금후에 벨이 울린다. 맛난거라도 많이좀 사먹으라고 하니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미역국이라도 함께 먹었으면 싶었는데... 미역국 파는데도 있나?

 

포항 친구 두명과 함께 있다고 한다. 생일이라고 연락들이 되어진것 같다. 혼자 회사일만 할줄 알았더니

그나마 다행이다.

 

 

30년전 시월 어느날에 거제도 장승포 양지암 해안초소에서 쫄병때의 일인데 생일이라고 특별 외출을

 나왔다. 그런데 갈곳이 있어야 말이지...

 

술하고 안주 그리고 과자몇봉지 사기지고는 당시에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던 나와 비슷한 함께 근무하

던 능포의 방위근무자네 집을 찾았다. 그리고는 일어나보니 이튿날 초소였다.

그때는 잘잘못을 떠나 매일저녁 타작하던 시절인데 그날만은 생일이라고 봐주었었던가보다.

 

 

생일 하면 그렇게 쓸쓸했던 기억도 있는데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있다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이왕이면 여자친구도 있었으면 좋을텐데...

 

아이가 영 여자볼줄을 몰라서 걱정인것이 주변에 처자들만 보면 관심이 가게 된다. 좋은아이 없나 해

서다.

 

 

한영아!

생일 축하한다.

 

바쁘더라도 짬좀 내보렴. 얼마전 보문호 인근의 명활산성을 다녀왔는데 호젖하니 허물어져 흔적만

있는 산성길도 나름의 운치가 있더구나. 힘도 별로 안들고...

오랜만에 산행한번 하고 소주도 한잔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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