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도 개탄한 나사풀린 공무원들
서울 성북구청에서만 혈세가 허투루 쓰인 것도 아니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매년 40억 ~ 70억원씩의 시간외 근무수당이 허위로 지급됐다고 지적한 감사원의 21일 ‘공직기강 점검 감사 결과 처분요구서’는 공직 도처가 혈세 절취의 현장임을 말해준 다.
서울 동대문구청은 직원들이 저녁 시간대에 일지를 거짓으로 꾸 미는 식으로 최근 3년간 166억원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월정액으 로 일괄지급했다고 한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구청장은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제의를 받아들여 오히려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 상한선을 월 50시간에서 55시간으로 늘리는 선심을 베풀었다니, 가위 그 직원에 그 구청장이다. 이런 식의 ‘허위 수당’ 나눠먹기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일비재했다. 2006년 한해만 성북구청 56억원 이외에 강북구청은 47억원, 동작구청은 52억원, 전주시청은 70억원, 진주시청은 56억원에 달했다. 특히 강북·동작구청은 2005년 6월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발돼 지적받았지만 개선은커녕
그 지적마저 아예 무시해왔다고 하니 나사풀린 그들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법인카드로 룸살롱에서 유흥을 즐긴 예, 또 아예 개인카드처럼 쓴 예도 적발됐다. 건설교통부 한 부서는 한국건설연구원의 한 연구원으로부터 부부동반 바다낚시 여행을 상납받았고, 그렇게 상납한 연구원은 외부 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건너편에 ‘빛의 공무원’도 있다.
서울 송파구청 정규환씨가 모범공무원 표창 상신을 사양하면서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권 발급 시간을 48시간 이내로 앞당긴 공로로 행정자치부에 표창을 신청하려 하자 “여권 발급 업무는 누구 한명이 아니라 팀워크 로 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수상하면 팀워크가 깨질지 모른다 는 것이 거절 이유였다. 그가 속한 여권과 직원 16명 모두가 주말 도 없이 새벽부터 밤까지 일해왔다니, 그런 공무원이 있어 빛이 어둠을 이기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