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co 뉴스센타 기획/특집(피플)의 지난글을 보다가 보니 제철역 기사가 눈에 띄는데...
취재에 응하던 기억이 삼삼하다.
30여년전 자전거가 지금의 자동차 보다도 귀하던 시절에 포스코 직원들에게는 통근열차라는 어마어마한 자가용이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했던 포스코의 통근열차가 역사속으로 사라진지도 벌써 3년이나 지났다.
통근열차로의 출.퇴근 추억들도 덧없는 세월의 흐름속에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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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통근 우리가 맡는다 | |
- 개통 후 27년간 무사고 운행에 자부심 | |
- 일본인 관광객 열차 잘못 타서 오기도 | |
- 스틸러스 경기 땐 포항시민의 발 역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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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역 5인방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제철역 플랫폼에서 통근열차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송관용·임순관·이영희·김경중·김기환 씨.
현재 제철역에는 임순관·김경중·송관용·김기환·이영희 씨 등 모두 5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임순관 씨가 상주 근무이고 나머지 네 사람은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 10회 왕복하는 통근열차와 수시로 오가는 화차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근무시간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포항역에서 출발한 4량의 통근열차는 양학역과 효자역을 거쳐서 19분 만에 제철역에 도착한다. 총 거리는 10.8㎞. 여객열차로는 우리나라에서 운행구간이 가장 짧다.
제철역은 포스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1975년 개통 이후 수많은 직원들의 안전한 출퇴근을 책임져 왔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역사(驛舍)처럼 제철역에도 많은 직원들의 애환이 서려 있기도 하다. 한때 하루 2000여 명의 직원들이 이용할 때는 통근열차에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출퇴근하는 직원들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하루 평균 90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개통 이후 한 번의 안전사고도 없었던 것을 큰 자부심으로 느끼고 있는 제철역 직원들은 더 많은 직원들이 정확하고 안전하게 통근열차를 이용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십시오.
임순관=여느 기차역에서 일하는 역무원을 떠올리면 됩니다. 통근열차·원료화차·INI스틸 용선 등 제철역을 지나는 열차와 화차의 운행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포항역·괴동역·효자역 등 관계 역과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습니다.
김기환=통근열차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안전하게 출퇴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업무입니다. 직원들이 기분 좋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도록 역 구내의 질서를 유지하고 각종 시설물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영희=폐색(閉塞) 수속도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서 한 구간에 열차가 있을 때에는 다른 열차가 그 구간에 진입하지 않도록 신호를 보내는 일입니다. 열차의 냉난방을 점검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김경중=가장 중요한 건 안전관리입니다. 열차 사고는 십중팔구 대형사고로 연결되죠.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통근열차가 출발하거나 도착할 때, 화차나 용선이 지나갈 때 사고가 나지 않도록 더 바짝 신경을 씁니다.
자가용이나 버스와는 또다른 통근열차만의 장점이 있을 텐데요.
송관용=무엇보다도 기차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기 때문에 지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사고 위험이 거의 없는 것이 통근열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임순관=제철소 주변 도로의 교통 체증 완화와 주차난 해소에도 많은 보탬이 됩니다. 요즘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매연 발생이 적고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점에서도 통근열차는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김경중=책이나 신문, 잡지를 보거나, 동료 직원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며 출퇴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창밖 풍경을 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유는 통근열차만이 갖는 매력입니다.
다른 부서에서는 들을 수 없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임순관=포항역에서 경주역으로 가야 할 사람이 열차를 잘못 타서 엉뚱하게 여기로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김경중=한 번은 이 근처를 여행하던 일본인 관광객이 통근열차인지 모르고 기차를 타고 이곳으로 온 적도 있습니다.
송관용=통근열차를 회식장소로 가는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직원들이 꽤 있습니다. 자가용은 사내에 놓아 두고 열차를 이용해 포항역까지 가서 회식장소로 이동하는 거죠. 회식이 아니더라도 퇴근 무렵에 소주 한잔이 생각날 때면 통근열차를 타고 포항역에 내려 죽도시장 대폿집을 찾는 직원도 더러 있습니다. 나도 그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영희=퇴근열차를 기다리는 직원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4개월 주기로 바뀌는 철도청 소속 열차 승무원들과도 이따금 만나서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그분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기환=수많은 직원들을 대하다 보니, 상대방이 인사를 건네는 경우가 많은데 누군지 몰라서 당황하곤 합니다. 그럴 때는 참 미안한 마음인데 직원들께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떨 때 일하는 보람을 가장 크게 느끼십니까.
임순관=1975년 제철역 개통 이후 만 27년 동안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는 것이 우리의 큰 자부심입니다. 앞으로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 나가겠습니다.
송관용=한 동료 직원이 ‘통근열차는 내 자가용이니까 관리를 잘해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통근열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담겨 있는 표현이죠. 비록 예전보다 이용자가 줄기는 했지만 여러 직원들이 우리 나라 유일의 통근열차를 치켜세울 때 정말 일하는 보람이 절로 생깁니다.
김경중=본사 옆에 있는 축구 전용 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포항 시민들도 통근열차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경기 당일에는 탑승 시간 문의 때문에 전화가 마비될 정도입니다. 한 번에 약 1200명이 탑승하는데 사람이 넘쳐서 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포항 시민들과의 유대를 튼튼히 하는 데에도 통근열차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데서 우리도 보람을 느낍니다.
이영희=연간 2만 명의 포항시민들이 통근열차를 타고 스틸러스의 축구 경기를 보러 옵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기업이 제공하는 열차를 타고 축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경우는 포항 시민들밖에 없을 것입니다. 통근열차는 포항 시민들에게 여러 가지 추억을 남기고 있고,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통근열차를 아주 좋아합니다.
김기환=밤 11시 35분 2근 근무 퇴근자를 실은 마지막 퇴근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떠나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비록 일하는 티도 나지 않고 사람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업무이지만 직원들의 안전한 출퇴근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일하면서 힘든 점이나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애기가 있다면.
임순관=단독 근무를 하기 때문에 밤이나 새벽에는 쓸쓸하기도 합니다. 교대근무 때문에 다섯 사람이 모두 모이기 힘들어 해마다 송년회는 사무실에서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조촐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포스코신문 취재 때문에 다섯 명이 다 모여 얘기도 나누고 사진 촬영도 한 것은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도 현장의 많은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명절에도 쉬지 않고 근무합니다.
김경중=시간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일을 혼자서 한밤중이나 새벽에 해야 하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됩니다. 자리를 비우면 안 되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며 식사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이영희=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하고 조그마한 안전사고도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상당한 긴장해야 하는 것이 우리 업무의 특성이고 힘든 점이죠.
송관용=한때는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서 다니기도 했다는데, 앞으로 더 많은 직원들이 통근열차를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통근열차를 한번 타 보면 많은 장점이 있다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김기환=앞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국내에서 통근열차를 운행하고 있는 회사는 포스코가 유일합니다. 통근열차는 포스코의 상징이자 자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직원들이 통근열차를 사랑하고 이용해 주길 바랍니다.
[관련기사 : 포스코 통근열차]
취재=김도형(자유기고가 dohkim25@hanmail.net) / 정리=최동균 dkdk@pos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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