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변화무쌍의 요지경 나라가 한국이라지만, 요즈음 나는 좀 어지럽다. 미국에서 너무 오래 살다 와서 그런지 진짜로 이해가 안 간다.
 
우선, 어제 4일 낮 시간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측근들과의 모임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이념적 차이를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강남의 한 식당에서 가진 국민소통자문단과의오찬회동에서 "문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적 입장이 변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 심상근  박사   ©브레이크뉴스
안 전 후보는 "단일화 TV토론에서도 (문 후보와의 차이를) 확인했다"며 "내 입장은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를 아우르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아마 TV토론에서 남북정상회담, 금강산 관광재개 등에 대한 견해차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점은 나 자신 이전 칼럼에서 지적한 바 있다. 안철수와 문재인은 안보, 이념, 대북정책에서 문재인 후보와 아주 많이 다르다. 그리고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후보는 강경한 축에도 안 속하며, 그 강경한 인사들을 민주당의 실질적 오너라고 보아 무방하다. 그러므로, 안철수와 문재인은 이념적으로 차이가 많지만, 안철수와 민주당 골수파 사이에는 그랜드캐년 정도로 차이가 크다.
 
그리고, 안철수에게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는 그의 아버님 안영모 원장님이시다. 안영모 원장님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박근혜보다 더 보수적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가장 우려하는 것들 중 하나는 아마 그의 아버님이 "그러려면 나 찾아오지도 말거라!"일지도 모른다. 이 것이 이념적으로 안철수 전 후보의 상한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아주 영은 아니다. 뉴스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서울시장 출마설도 그의 아버님의 그러한 통첩 ultimatum에 막혀서 접었다는 설도 있다. 나는 그 설을 믿는 편이다.
 
그러나, 아무리 민주당의 골수파가 극좌적이라 한들, 민주당의 4.11 연대 파트너 통일진보당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 통일진보당의 오너들 중 하나인 이정희 대선후보가 어제 제1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극좌의 민낯’을 국민들에게 보였다.
 
박근혜 후보가 국민의례 비 준수에 관련되어 질문을 하자 이정희 후보는 잡아떼었다. 그러나, 예를 들어서, 지난 6월 18일 이데일리 기사에 의하면, 지난 총선 야권연대 파트너였던 민주통합당은 "(통일민주당) 이석기 의원에게 상식의 정치를 주문한다"고 지적했다. 김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애국가는 2010년 제정된 국민의례규정에서 법적 근거를 부여 받았다"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기 의원이 애국가에 관련되어 극히 부정적으로 들리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하여 논평을 한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왜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느냐!" 이는 통일민주당이 너무 종북적이라고 반발하여 뛰쳐나가 따로 살림을 꾸린 진보정의당의 강동원 원내대표가 10월 26일 오전 인사차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찾았다가 들은 비판이다. 브레이크뉴스에 의하면,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원내대표실로 찾아온 강 원내대표를 맞이한자리에서 거기서(진보정의당) 사고를 치면 책임은 민주당이 진다"면서 "지금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안 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그는 이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생략했으면 몰라도 선거를 앞둔 정당은 국민 생각을 따라야 하고 한국 정당이면 애국가를 부르는 건 당연한 의무"라며 "민주당은 진보를 지향하지만 중도까지 포함해 스펙트럼이 넓으니 그런 걸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 원내대표는 "일부러라도 애국가를 불렀어야 했는데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렇지 않아도 행사 후에 논의가 있었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쓴소리 뿐 아니라 양당의 화합과 협력도 강조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러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의 대선전략이다. 한쪽으로는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를 표방하는 안철수 전 후보의 입만 쳐다보면서 애를 태우며 하루하루를 기다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국민의례조차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통일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와의 협조 내지 단일화를 기대하고… 이 건 스펙트럼이 너무 넓은 거를 지나서 엉망진창 아냐!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결렬 당시, 후보사퇴 직전 참모들에게 이야기 하기를,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안철수, 문재인, 이정희 셋 중 한 둘은 영혼을 팔게 생겼다. 누군가가 영혼을 팔지 않고는 합리적 보수내지 온건 진보의 안철수와 극좌의 이정희와 어떻게 동시에 문재인은 정치적 동침을 할 수 있는가? 불가능이다.
 
아마 돌아오는 답은 "무조건 이겨야 하니까!"일 것이다. Really? 정말로? 안철수 미래 후보는 아니다. 반면, 문재인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이기 때문이다. 수만, 수십 만 명이 목을 걸고 있다. 이정희와 진보당은 이기건 지건 별 상관 안 한다. 상관한다면 어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를 그렇게 바보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평론가 표현대로, 이정희 꽹과리 소리에 문재인은 그냥 파묻혀 버렸다. 박근혜는 파묻혀도 별 상관 없다. 1등이기 때문이다. 2등 문재인은 판을 뒤집어야 하는데, 이정희 꽹과리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게임이 끝나버렸다.
 
실제로,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 등에 ‘합격증’을 붙여준 셈이다. 이정희의 그 교양 없고 상스럽고 몰염치한 종북적 공세를 그런대로 견디어 냈기 때문이다. 뭐, 박근혜 후보는 한 번은 파르르- 하며, 사회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주제를벗어나서 이정희 후보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이정희 후보는 계속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나중에 후보를 사퇴하게 되면 국고보조금을 그대로 받게 되지 않는가. 도덕적 문제도 있는데 단일화를 계속 주장하면서 토론회에도 나오는 이유가 있나?"
 
그러자 이정희 후보는, "이것만 기억하시면 된다.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저는 박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것이고 진보적인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다."

와우! 칼이 있으면 피를 볼 수준이었다. 6.25사변이 또 터졌나? 그런 심정이었다. 6.25 때 남한 내에서는 그런 식으로 편을 갈라서 죽고 죽이고 그랬다.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물었다: "지난 4월 민노당과 단일화해서 김석기, 이재연 두 의원 국회의원 만들었다. 한달 만에 아무 책임도 안 지고 연대가 깨졌다. 이정희 후보도 또 사퇴해서 대선연대 한다는 것을 자꾸 이야기하는데 어떤 것이 민주당이 추구하는 바인가?" 이에 대한 답은, 예의를 갖추라는 것이었다. 김석기가 아니고 이석기거든! 뭐 그랬다. 그 이상 답변은 안 했다. 성이 가장 중요한 모양이다.
 
박근혜 후보는 또한 이정희 후보에게 물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연대해서 후보 단일화를 하셨다. 거기에 국보법 폐지, 한미 FTA 폐지, 제주해군기지 건설중단 등 약속 들어있다. 총선 때 합의가 (이 대선에서도) 유지되나?"
 
전반적으로, 박근혜 후보는 뭐 눈부시게 잘 한 것도 없지만, 묻고 싶은 것들은 다 물었고, 답할 것은 모두 답했다. 이정희 후보의 피 튀기는 수준의 공세에 감정적으로 되는 듯한 때도 한 두 번 있었지만, 잘 견디어낸 편이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는 현재 1등이므로 토론회에서 중간만 하면 된다. 그리고 중간은 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문재인이다. 판 뒤집기를 해야 하는 입장인데, 두 여성 후보들이 거의 피를 튀기는 언쟁을 계속하는 통에 전혀 기회가 없었다.
 
이정희 후보의 목적은 문재인 후보를 도와 진보진영이 대선에서 이기는 것이 전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에게 판 뒤집기 기회와 시간을 주고 거들어 주어야 했다. 이정희 후보는 1초도 그에 관심이 없었다. 이정희 후보의 목적은 단 한 가지였다. 자신의 극좌 이데올로기를 국민들과 그리고 극좌 동지들 앞에서 자랑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극단적이고 전투적인지를 인정받고 싶었다. 토론회가 아니라 극좌진영의 광고시간이었다.
 
그러므로 울고 싶은 사람은 문재인 후보이다. 오른쪽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이념적인 차이를 들먹거리며 거리를 두고 있고, 왼쪽에서는 이정희 후보가 칼춤을 추고 있고…
 
이정희 후보는 속이 편한 입장이다. 지지율 0.7% 입장에서 더 내려갈 데도 없다. 문제는 문재인 현재 후보와 안철수 미래 후보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번에 당선되어야겠고, 안철수 미래 후보는 다음 대선에서 당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소망이 부딪히는 것이다.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원하고 지지하고 나서면 그는 민주당의 이념을 껴안는 것이 된다. 민주당의 소위 ‘묻지 마 퍼주기’ 대북정책을 껴안는 것이 된다. 즉, ‘영혼’을 파는 것이 된다. 새누리당에서는 안철수가 그래도 "영혼은 팔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해 왔다. 그러나 안철수가 문재인 지원유세 비슷한 것을 시작하면 새누리당 대변인들의 십자포화 속에 안철수는 숨을 쉬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후에 민주당의 대북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때 한 통속으로 간주된다: "안철수가 도와주어 당선되더니, 노무현 정권 때처럼 다시…" 이렇게 된다. 그러면 차차기 대선 당선은 물 건너간다. 이 것이 안철수 미래 후보의 고민이다.
 
다른 고민은, 지금 나서서 밀어주어야 문재인 후보가 판을 뒤집어 박근혜 후보를 이겨낼 확률은 10%가 안 된다. 우선, 김이 너무 새버렸다.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들 진짜로 피곤하게 만들더니, 뭐 이제는 지원유세 하네 안 하네 하면서, 오늘도 오후 2시에 발표하겠다고 하여 YTN과 연합뉴스 TV 모두 대기시켜 놓았다가, 아니, 5시쯤 발표한다고 했다가, 5시가 가까워지니까, 아니, 오늘은 발표 안 한다… 유치원 애들도 그 정도면 같이 안 논다.
 
김은 모두 새 나간 현재, 그리고 어제 이야기한 이념적 차이를 하루 사이에 깔아뭉개고 안철수 미래 후보가 갑자기 문재인 현재 후보를 화끈하게 지원한들… 유치원 애들 같다고 하면 유치원 애들이 화를 낼 것이다: "우리는 안 그러거든요!"
 
참으로 어지럽다는 생각만 든다. 이게 세계경제규모 10등 수준의 대한민국 대선이라고? 대학 나오고 군대 다녀오고 27살에 미국에 유학 갔다가 35년 넘게 살다가 돌아와 보았더니, 이건 대선이 아니라 1950년 대 길 가에서 뺑뺑이 돌리며 동내 애들 코 묻은 돈 노리던 행상 아저씨 같다. 뭐, 그렇다고 도루 집 싸가지고 미국에 갈 것은 아니지만, 35년 간 보던 미국 그림과 이건 달라도 너무 달라서 현기증이 난다.
 
내가 늘 주장하듯이, 아이고, 그나마 재벌들이 외화를 꾸역꾸역 벌어들이니 망정이지, 경제주체들도 정치판처럼 돌아간다면 한국은 정말로 곧장 방글라대시 수준으로 낙하할 것이다.
 
아이고, 내일은 또 무슨 쇼가 벌어질지, 그래서 대선판을 얼마나 더 처량하고 한심하게 만들지, 궁금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렇다. sheem_sk@naver.com

*필자/심상근. 미 버클리대 박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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