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1 김연아 은.
쿨한 김연아, 분노한 외신, 탄식한 국민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한다” 김연아 담담하게 말했지만 국민·외신 “도둑맞은 金” 비난
“실수 없이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한다. 금메달은 중요하지 않다”(김연아). “이해할 수 없다. 결과를 묵과해선 안 된다”(카타리나 비트). “믿을 수가 없다”(미셜콴).
김연아(24)가 21일 새벽 4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종합점수 219.11점으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24.59점)의 금메달에 이어 은메달이 확정되자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는 일순간 정적과 함께 관객들이 술렁였다. 국민들은 탄식했고 전 세계는 분노했다. 김연아는 18년 피겨 인생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대회 경기를 마치는 감정에 겨워 울먹였지만 정작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발표되고 은메달이 확정되자 환한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완벽한 무결점 연기에도 김연아가 은메달에 머물자 영국BBC 등 외국 언론과 전 세계 피겨 팬들은 심판들의 편파판정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소치올림픽 중계방송사인 미국 NBC는 “김연아 은메달, 소트니코바 금메달, 코스트너가 동메달, 이 결과에 동의하십니까”라는 멘션을 자사 트위터에 올리는 등 외국 언론들은 김연아가 러시아에 금메달을 도둑 맞았다며 심판 판정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보던 대다수 국민은 심판 점수가 발표되자 점수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탄식과 분노를 쏟아냈다. KBS 변성진 해설위원은 “김연아가 소트니코바에 진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분노를 표출하던 국민들은 “금메달을 도둑 맞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김연아가 진정한 금메달 리스트”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외국 언론과 국민의 열띤 반응과 달리 김연아는 경기 결과를 수용하며 자신이 최선을 다한 경기에 만족한다는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김연아는 피겨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6세 때 피겨를 시작해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 지난 18년 동안 경이적인 기록과 엄청난 성과를 내며 국민에게 무한 감동을 선사했다. 18년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아름답게 은퇴한 김연아는 한국인에게는 도전과 희망의 표상으로, 전 세계인에게는 불세출의 피겨스타 전설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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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서명운동이 ISU 재심사로 이어질까.
2월21일 납득할 수 없는 판정으로 김연아의 마지막 은퇴경기를 얼룩지게 한 국제빙상연맹(ISU)에 재심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연아는 이날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기술점수(TES) 69.69점, 예술점수(PCS) 74.50점, 합계 144.19점을 받아 전날 받은 쇼트프로그램 74.92점과 합해 총점 219.11점을 기록,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 후 편파판정 논란이 일었다. 점프 실수를 한 소트니코바가 고득점을 한 데 반해 클린 연기를 한 김연아에 대한 점수는 박했기 때문이다. 한국 팬은 물론 세계 유수 언론들까지 피겨 판정 의혹을 제기했다.
네티즌들은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며 인터넷 청원사이트(http://change.org)를 통해 피겨 재심사 청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피겨 재심사 청원 서명운동을 촉구하는 네티즌들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심판 판정에 대한 재심사 및 공개조사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에도 빠른 속도로 서명인원이 늘어나던 김연아 관련 서명운동은 이날 미국 NBC가 프리프로그램을 마친 후 백스테이지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담은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하며 급속히 참여인원이 늘어났다. 김연아는 프리프로그램을 마친 직후 키스앤크라이존에 들어서기 전 스승 류종현 코치의 "연아야 다 끝났어"란 말에 눈물을 살짝 보였지만 다시 환하게 웃어 모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끝까지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던 김연아는 결국 백스테이지에서 여러 감정이 섞인 눈물을 쏟아내 코끝을 찡하게 했다. 네티즌은 슬픔과 분노 속에 김연아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한편 ISU에 직접 항의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연아 관련 서명인원이 100만을 이미 훌쩍 넘겼지만 ISU에서 재심사를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네티즌들은 지난 2002 솔트레이크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 있었던 판정번복을 예로 들었다. ISU는 실수 투성이의 러시아 조(엘레나 레레즈나야, 안톤 시하룰리제)가 완벽한 연기를 펼친 캐나다 조(제이미 살레, 데이비드 펠티에)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내 큰 논란이 인 뒤 재심사를 통해 캐나다 조에도 금메달을 수여하는 것으로 판정을 번복했다.
당시 ISU가 재심사를 한 것은 프랑스의 여성 심판이었던 마리 렌느 르군느가 프랑스 빙상연맹으로부터 러시아를 밀어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것에 따른 파장 때문이었다. ISU 내부조사를 벌인 결과 판정에 외부 압력이 일부 개입했다고 판단, 금메달을 수여한 것이다.
문제는 이 사건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또 판정시비가 나온다면 올림픽 종목에서 피겨스케이팅을 퇴출시키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ISU 입장에서 김연아와 관련한 재심사를 한다면 편파판정을 일부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움직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2 솔트레이크올림픽 재심사 사태를 불러온 마리 렌느 르군느 심판같은 이가 '양심선언'을 해준다면 가능성이 있을 지 모르나 ISU는 당시 마리 렌느 르군느 심판에게 3년 자격정지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불참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전례가 있어 만일 외부 압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어떤 이가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양심선언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현재 김연아 관련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사이트인 '체인지'는 청원과 항의 등으로 해당 단체에 압박을 가할 수는 있으나 요구사항을 반드시 이행시킬 수 있는 권한 등은 없다. 이 때문에 서명운동 참여 인원이 많더라도 ISU를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안타깝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들이다.
그렇다면 ISU를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대한빙상경기연맹 등 국가를 대표하는 곳에서 움직이는 것이 그나마 ISU 재심사를 고려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두 명 이상만 모이면 김연아 얘기를 하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이 김연아 판정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21일 하루 동안 대한빙상연맹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아 답답한 국민들을 더 답답하게 하고 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김연아에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사진=김연아, GettyImages/멀티비츠)
[뉴스엔 김종효 기자]
김종효 phenom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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