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6  목

 

원수와 ‘한 배’를 타야 하는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간 통합 신당 창당을 위한 민주당 측 신당추진단장인 설훈 의원과 안 의원 측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여준 의장 간 악연이 새삼 정치권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두 사람은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구원(舊怨)’으로 얽혀 있다. 그런데 이제 신당에서 한솥밥을 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2007년 8월 윤여준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손학규 캠프에 상황실장으로 합류한 설훈 의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설훈, 2002년 ‘이회창 20만달러 수수설’ 폭로로 윤여준과 악연

사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4월 19일 당시 설훈 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대선전이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이다. 설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2001년 12월 미래도시환경 대표인 최규선씨가 윤여준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방미(訪美) 여비로 전달해 달라며 20만달러를 줬다. 최규선씨가 그 대가로 이 총재의 국제특보로 내정됐다.”

이 기자회견으로 대선 정국은 발칵 뒤집혔다. 언론들은 설 의원의 주장을 대서특필했고, 이 사안은 한동안 신문 지면을 계속 장식했다. 이회창 총재가 타격을 입었음은 물론이다. 당시는 이 총재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 확정이 기정사실화되는 시점이었고,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도 높았다. 윤 의원은 이 총재의 최측근이었다.

윤여준 의원은 설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바로 그날 곧바로 설 의원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한나라당도 곧 이어 설 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파장이 컸던 만큼 검찰도 윤 의원이 고소하자 윤 의원과 설 의원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녹음테이프 등 관련 물증까지 갖고 있다던 설 의원은 막상 수사가 시작되자 별다른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고 검찰 수사는 장기화됐다. 대선에 미치는 파장이 큰 사건이었지만 검찰은 그해 대선 전에 이 사건을 결론 내지 않았다. 수사 착수 후 10개월, 대선이 끝난 지 2개월여 후인 2003년 2월12일 검찰은 설 의원을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설훈 폭로 허위로 결론, 법원 실형

당시 검찰은 “이회창 총재가 최규선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고, 그 밖에 설 의원이 주장한 내용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규선씨와 그 주변 인물들을 모두 조사했으나 설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 기소 당시 윤 의원은 “이런 단순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데 10개월이나 끈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그래도 검찰이 설 의원의 혐의를 인정, 기소한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했다.

이후 설 의원은 2005년 1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받았다. 설 의원은 형 확정으로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지만 2007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 때 특별 사면·복권됐다.

2002년 4월 당시 민주당 설훈 의원이 서울 민주당 당사에서 '이회창 총재 20만달러 수수 의혹'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07년 윤여준 설훈 향해 “패륜아, 정계 은퇴하라”

악연으로 엮인 두 사람은 5년 뒤 또 한번 맞붙는다. 역시 대선전이 한창이던 2007년 8월2일이다. 이번에는 윤여준 의장이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범여권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선캠프 상황실장으로 설훈 의원을 임명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윤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매우 날이 서 있었다.

“새 정치를 하겠다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집권세력에 기웃거리는 손학규씨가 반민주적 범죄자인 설훈 전 의원을 상황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두 사람의 패륜아들이 힘을 합쳐 다시 공작정치로 선거를 왜곡하려는 것이다. 손학규씨는 즉시 설훈 전 의원을 해임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고 설 전 의원은 이 땅의 국민을 우롱하고 민의를 왜곡시킨 잘못을 통감하고 정계를 은퇴하라.”

윤 의장은 당시 설훈 의원에 대해 “파렴치한”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는 또 “설 전 의원이 검찰에 기소되기 직전 내 방에 찾아와 소 취하를 요구하면서 사실관계가 달랐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며 “이런 사람이 아직까지 정치에서 활개치게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 의장의 이 기자회견에 대해 설훈 의원도 발끈했다. 설 의원은 당시 “소를 취하하자고 윤 전 의원 방에 찾아간 일은 사실이나 거기서 사과를 하거나 사실관계가 달랐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자기 편할 대로 상황을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모든 게 검찰 수사가 미진하게 끝나서 나도는 얘기니 지금이라도 수사를 새로 시작해서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안철수 통합으로 윤여준과 설훈 ‘난감한 동거’하나

악연으로 점철된 두 사람의 인연은 이번에 또 이어지게 됐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간 통합으로 신당에서 난감한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설훈 의원이 민주당 측 신당추진단장을 맡게 된 것은 이번 통합 합의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고(故)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과 가까웠던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최규성·설훈·우원식 의원이 지난해 12월11일 안철수 의원과 만나 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 적도 있다. 이후 설훈 의원과 최규성 의원 등은 김한길 대표와 안 의원을 오가며 통합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 내 민평련 인사들과 가깝다. 김한길 대표는 이런 점을 감안해 설 의원을 신당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윤 의장은 아직 설훈 의원에 대한 감정이 가시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이 새정치를 한다면서 신당추진단장을 도덕적 흠이 있는 인물로 내세우는 게 말이 되느냐. 새정치의 상징성에 맞는 일이냐”고 했다. 민주당이 설훈 의원을 신당추진단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설훈 의원은 윤 의원의 문제 제기에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5일 조우한 두 사람, 설훈 “술한잔 사달라”에 윤여준 “당신이 사야지”

두 사람은 5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첫 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악수도 했다. 설 의원은 윤 의장에게 “술 한잔 사달라”고 했지만 윤 의장은 “술은 당신이 나한테 사야지 내가 왜 사?”라며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12년 악연으로 얽힌 두 사람이 한지붕 아래에서 손을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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