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1

 

청학동向 우리들 산악회 버스를 타고 묵계치를 넘다가 삼신봉터널에서 하차를 한다.

 

묵계치를 올라서면서부터 외삼신봉.삼신봉. 내삼신봉까지 2시간여 거리는 지리산 조망이 그림같이 펼쳐지는 곳인데 관심

있는이들이 없다.

 

그러다보니 오늘도 혼자다.

 

 

덩그러니 내려서고 보니 쓸쓸하고 외로운 걸음이다.

도로 우측의 삼신봉 굿당(삼신 기도도량)이란 표지판을 따라 십분여를 오르니 천태사인지 삼신봉 굿당인지 민가 같은 암자가

나타나는데 스님 한분과 불자 서너명이 둘러앉아 산나물을 다듬고 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길도 확인할겸 인사를 건네니 기도 하러 올라온 사람같게 보이지가 않아서인지 표정들이 별로이다.

그래도 그렇지 주방에서는 부침개도 부치고 생선도 굽고 점심준비가 다된듯 한데 식사나 하고 가란 빈말 한마디 없다.

 

인정머리들 하고는... 아니지 빈말 안들은게 천만 다행이다. 

불청객의 출현에 달갑잖아하는 그들의 불편한 기운이 음식물에도 들어있을터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길을 물어보는데 길이 없다고 한다. 길이 있어 올라왔는데 길이 없다고 하니 참으로 알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폐쇄등산로이라서 오십만원 벌금을 물어야 된다느니 삼신봉에서 내삼신봉 상불재 방면으로도 금지구역이라느니 묻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고있다.

 

더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고 서둘러 암자를 뒤로 하고 묵계치 방향으로 올라서는데 올라가지를 말라고 한다. 못들은척 올라가

려니까 "길이 아니라고 하는데 왜 올라가느냐"고 스님이고 불자고 하나같이 언성을 높인다. 그또한 무시를 하고 올라가면 곧

달려들 기세 같다.

 

거~~~참!!!

이번에는 밥이 아니고 길을 못가게 한다.

 

막무가내로 고집을 할수도 없고 다툴일도 아니고 터널로 되내려 서는데 우습지도 않다.

 

터널로 되내려와 청학동 방향으로 들어서면서 지나가는 흰색 무쏘를 세워보지만 헛수고다. 부지런히 터널을 걷고 있는데 무

슨 터널이 그렇게도 긴지 끝이 보이지가 않는다.

 

그넘의 산욕심 때문에 고생 바가지로 하게 생겼다.

산행이고 뭐고 타고온 버스가 주차 되어있을 청학동 까지나 잘가면 민폐는 면하지 싶다.

 

청학동에서 산행을 시작한 일행들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궁상의 터널속으로 점점 빠져드는데 무슨소리가 들리는것같다.

가만 귀를 기울이니 멀리 앞에 비상등을 깜박이고 있는 차에서 나는 소리같다. 몇걸음 더 가까워 졌는가 소리가 조금더

크다 싶은데 듣고보니 나를 부르는 소리 같다. 빨리 오라고 하는것 같다. 급한마음에 막 뛰다가 갑자기 기분이 섬칫하다.

어둑어둑한 터널 한 중간에서 차를 세워놓고 사람을 부르고 있으니 되돌아 가야 되는것인지 가던길을 그대로 가야하는 것

인지 갈등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진행을 하고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터널 입구에서 지나쳤던 무쏘다.  운전석에 있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와 차 밖에서 기다리고있던 젊은

처자가 어서 타라고 한다. 조금전까지의 갈등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어느새 뒷좌석에서 모녀로 보이는 그녀들과 여행 이

야기를 나누고 있다.

 

감사한 마음만 차에 두고 청학동 갈림길에서 또 고독한 걸음이 된다. 산행 못하게 된것도 답답한 노릇인데 뜨거운 뙤약볕 아

스팔트를 걸으려니 겉이고 속이고 열불이 난다.

 

얼마를 걸었을까 몸에 땀이 흠씬 한데 저만치 앞의 임도에서 아스팔트로 진입하는 봉고트럭이 보여 태워달라고 소리를 친다.

조금 진행을 하다가 소리를 들었는지 멈춰서 있다. 이렇게 젊은 아자씨를 만나 1km남짖 신세를 지고 또 내려서 풀풀 찌는 아

스팔트를 열심히 걷는다. 잘하면 삼신봉 다녀올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삼신봉 터널에서 암자까지 왕복거리하고 터널 걸은거리. 이렇게 아스팔트 걷는거리면 산행정도 운동은 되지 않을까?

그래 산행을 않는 일행들과 청학동에서 동동주 타령이나 하자. 또 궁상을 떨면서 땀을 흘리고 있는데 차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가스배달차다. 손을 드니 서준다 고맙구루...

 

청학동 버스주차장 조금 아래까지나 왔다. 주차장에 타고왔던 버스가 보여지니 여유가 생긴다. 일행들은 어디쯤 올라있을까?

걸음빠른 사람은 정상에 있을수도 있을것 같다.

 

청학동 매표소를 지나는데 12시 40분이다. 묵계치에서 내린지 50분만인데 생각보다 상당히 빨리 온것 같다.

16시까지 하산하라 했으니까 점심 생략하면 삼신봉은 충분할것 같다.

 

부지런히 오르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나 앞에 올라가는 일행들의 위치를 물어보니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며 정상까지 만날

수 없을거라고 한다.  시간상으로 50분 정도 먼저 출발이 되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오르다보니 같은 버스를 탓던 일행들을 만나고 또 지나치게 된다. 가만 이들은 아마 점심식사를 하고 산행을 시작했나

보다. 반갑기도 하고 여유도 생기고 그렇게 오르다 보니 삼신봉인데 13시27분이다.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채 오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시간상으로만 본다면 나름 계획대로 묵계치에서 외삼신봉으로 해서 산행한것과 별반 차이도 없다.

 

정신없이 달려오긴 했지만...

 

삼신봉은 지리산 주능선(천왕봉-반야봉.종석대까지) 조망이 그림 같은 곳이다. 외삼신봉은 다녀오지 못하지만 삼신봉에서 마

냥 지리를 즐긴다.

 

일행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포도 증류주를 한잔 하는데 좋아하는이가 있었으면 더 좋을뻔 했다. 

 

산행을 마치고 양재기로 막걸리가 아닌 소맥을 한주발 하는데 맛이 아주 그만이다.

 

 

은근히 겁먹게 했던 터널속의 무쏘 아줌마. 그리고 얼마간의 거리라도 성심껏 호의를 베풀어준 봉고트럭.가스배달차의 젊은이들

같은 고마운이 들을 만나게 하려고...

 

암자의 사람들이 묵계치로의 산행을 극구 만류를 했었나보다.

 

시원한 소맥 한양푼에 푹푹찌던 아스팔트 열불도 더이상 열불이 아니다. 

 

  

삼신봉 터널(11:50)

 

암자에서 되내려 오다가...

멀리는 천왕봉.

 

청학동 삼신봉 들머리에 서있는 공원안내 입간판(12:40)

 

삼신봉(13:27)

 

 

 

 

 

 

 

 

내삼신봉에서 바라보이는 천왕봉(13:12)

 

 

상불재(16:30)

 

삼성궁 진입로(15:0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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