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
대선을 코앞에 두고 조직적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 선언이라는 사상초유의 결정을 내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한영수)의 대의원들은 자신들이 지지한 후보가 아닌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 연기자 인생이 험난해져도 감수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70% 이상이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자신들이 언제까지 할 말 못하고 참아야 하며 정치 앞에 더 이상 관망하는 민중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연기자(영화·연극배우) 임대일(46·영화 ‘나쁜피’ 주연) 연기자노조 탤런트지부 대의원은 17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가 될 경우 지지선언을 주도한 연기자노조 소속 간부들이 캐스팅 등에서 불이익을 받으리라는 것도 감수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그런 예상되는 불이익은 논의할 때부터 감수했다”며 “연기자노조 대의원들 차원에서는 우리의 원칙(문화예술정책)과 법 테두리 내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연기자 인생이 험난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임씨는 “그렇다고, 언제까지 할 말을 안하고 참고 이럴 수 있느냐”며 “개그프로그램인 개콘에서조차 금기에 대해 비판하고 할 말을 하는데, 우리가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역설했다. 임씨는 또한 “연기자 조합원 가운데 70% 이상이 일자리가 없어 힘들어하는데, 이분들 스스로 더 이상 관망하는 민중이 돼서는 안된다”며 “이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에 비해 박근혜 후보의 연기자 관련 대중문화예술 공약이 부족한 점에 대해 임씨는 “박 후보 쪽에서는 전체적으로 좋게는 썼는데 애매모호했다”며 “후보 성향상 책임질 것만 약속한다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의 공약에서는 연기자들에 대해 ‘특수고용직 근로자’로 법제화시킬 것이며 단지 문화예술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대책이라는 큰 틀에 포함시켜 추진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해 우리 대의원들이 이런 의지를 높이 샀다고 임씨는 전했다.
영화 '나쁜피' 주연 임대일(영화배우·탤런트)씨. 연기자노조 탤런트지부 대의원. |
영화 '나쁜피' 주연 임대일(영화배우·탤런트)씨. 연기자노조 탤런트지부 대의원. |
연기자노조는 지난 2007년 대선 때도 외부에 공표하지는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기로 정했었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와 달리 이명박 정부 5년 간 연극 영화 할 것없이 문화예술 정책은 말살되다시피 했다는 것도 이들이 이 같은 결정을 하는데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4대강 사업엔 혈세를 쏟아부으면서 문화에 대해서는 찬밥 취급을 했다고 연기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특히 연기자노조의 전신인 한예조(한국방송영화예술인노동조합)의 노조위원장 출신인 유인촌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문화정책 육성보다 임기가 보장된 인사들을 몰아내는데 앞장선 것에 대해서도 연기자들은 섭섭해하고 있다.
임씨는 지난 14일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총원 55명 중 43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70% 이상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무기명으로 투표한 사람 중에서도 새누리당과 민주당 성향 다 각각 있었으나 성향이 아닌 누가 적합한 공약을 제시했느냐를 보고 뽑은 것”이라며 “표결 결과가 70대 30으로 나왔으나 개인 성향의 기준으로 볼 땐 반반쯤 된다”고 전했다. 임씨는 지난달 1일 개봉된 영화 ‘나쁜 피’에서 주연으로 열연했다.
이와 함께 한영수 연기자노조 위원장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정치적으로 성숙해지려면 보복하리라 생각지는 않는다”면서도 “제재하려 한다면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화 '나쁜피' 주연 임대일 연기자노조 탤런트지부 대의원. |
한 위원장은 “연기자인생이 더 험난해질 수 있게 된다면 노조위원장인 제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움직인 것 아니다. 순수하게 대중문화예술 공약의 필요성을 놓고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사상과 이념으로 결정한 것이 아나리 보통 사람의 코드와 시민·일반인의 시각에서 우리의 처한 현실을 냉철히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이후 자신의 지인들을 통해 걱정된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자 원로 등 지인들 가운데엔 ‘5000명을 대의원 몇십명이 대변할 수 있느냐’, ‘경솔한 결정이 아니었느냐’ 등 선배급에서 걱정돼 전화를 했다”면서 “정치적 압력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앞서 연기자노조는 지난 14일 대의원대회에서 압도적인 표결 결과를 통해 문재인 후보 지지를 결의한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며칠 남지 않은 선거기간 동안 우리는 문재인 후보를 도와 새 정부를 출범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이 같은 판단이 비록 국민 여러분의 선택과 다를지라도 현재의 대중문화예술계의 산적한 현안을 풀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미래로 나아갈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데 문 후보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영수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충무빌딩 노조 대회의실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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