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또 결렬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한·미 협상 대표들이 지난 16~18일 워싱턴에서 만났지만 한국 측이 주장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세계 5위의 원전(原電) 강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원자력 발전을 옥죄고 있는 40년 된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을 현실에 맞춰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다. 1974년 원자력협정 체결 당시 한국은 원전이 단 1기(基)도 없었고,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원전 23기를 보유한 원전 수출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런데도 우라늄 농축을 금지한 한·미 협정 때문에 한국은 원전에 필요한 우라늄 정광(精鑛)을 외국에서 들여와 이를 다시 외국 업체에 보내 연료로 쓸 수 있게 농축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 연간 9000억여원에 이른다.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때도 농축 권한이 없다는 게 번번이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번 쓴 핵연료는 재처리 과정을 거치면 94.6%를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나 재처리를 할 수 없는 탓에 한국은 사용후연료를 그냥 수조(水槽)에 보관하고 있다. 2024년쯤이면 사용후연료를 더 이상 보관할 곳이 없어지는 다급한 처지다.
미국은 세계적 핵무기 확산 방지라는 논리를 내세워 한국이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북한이 3차례나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한국이 아무리 출발은 평화적 농축·재처리라 해도 이 권한을 갖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 측 수석 대표인 로버트 아인혼 국무장관 특보는 핵무기 비확산(非擴散) 전문가다. 그는 한·미 동맹의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보지도 않을뿐더러 사용후연료 문제 등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국의 절박한 상황은 안중(眼中)에도 없다. 오죽하면 미국 내에서도 '비확산 탈레반'이라고 부르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부터 미국 측 인사를 만날 때면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미국의 이해를 부탁하곤 했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 일본에는 재처리·농축 권한을 허용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대해선 "세계적 비확산 문제에서 예외를 둘 수 없다"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결국 한·미 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 어렵게 되자, 내년 3월이면 만료되는 현행 협정을 그대로 2년 연장하는 임시방편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한·미 원자력 협상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는 한국에 대한 불신(不信)이다. 미국의 이런 접근은 올해로 동맹 60년을 맞은 한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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