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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12월8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사업과 북한 현실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러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정구사)이 10일 성명을 발표, ‘추기경의 궤변’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어 13일엔 함세웅 신부 등 정구사에서 활동 중이거나 은퇴한 신부 13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정 추기경은 “용서를 구하고 용퇴의 결단으로 그 진정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돌이켜 보건데 지난 3월 천주교 주교회의는 성명을 통해 ‘4대강 사업이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 성명과 관련해 정 추기경은 12.8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교회의의 결정은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구사는 10일 대뜸 성명을 통해 “추기경의 궤변”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3월의 “주교회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경청하고 깊이 논의한 끝에 주교단의 이름으로 결론을 내놓았는데 추기경은 주교회의의 분별력을 경시하고 판단행위마저 부정한 것”이라고 뒤틀었다. 더 나아가 이 성명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부를 편드시는 남모르는 고충이라도 있는 것인지 여쭙고 싶다.”며 정 추기경을 정부의 앞잡이로 몰아가는 듯한 인상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구사와 맥을 같이하는 13명의 신부들의 12.13일 기자회견은 정 추기경의 사퇴까지 들먹였다. 이러한 정구사 사제단의 분별없는 행동은 이 나라의 양심이요, 어르신으로 존경받는 추기경에 대한 모독이며 천주교단에 대한 도전이다.

 정구사의 12.10 성명과 12.13 기자회견은 물질적 세력 다툼에 빠진 정략배의 상대편 죽이기 式 난투극을 연상케 한다. 더욱이 12.10 성명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는데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정 추기경이 북한의 실정(失政)에 대해 개탄한 대목에 관해서도 상식 밖의 용어를 사용하며 사퇴까지 요구했다.

 정 추기경은 북한에 대해 “북한은 국민의 생존에 대해 양식(糧食)이 없다고 손을 벌리고, 진리를 차단하고 자유가 없다.”며 사실을 사실대로 적시하였다. 이에 정구사는 “추기경이 (북한에 대한) 미움이나 부추기는 골수 반공주의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으니 이는 교회의 불행”이라고 맞섰다. 이는 정 추기경을 자신들의 좌편향 코드로 길들이기 위한 천박한 공세로 여겨진다.

 정 추기경이 천주교 사제로서 종교를 탄압하고 백성을 굶겨 죽이는 북한 공산독재 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종교인으로서 당연한 책무이다. 로마 카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철저한 반공주의자이다. 그렇지만 전 세계 카톨릭 사제들은 물론 일반 신도들도 교황을 일컬어 "골수 반공주의자"이고 "교회의 불행“이라며 폄훼하지 않으며 ”궤변“이라고 막가지 않는다.

 유독 한국의 정구사만 인권과 자유의 사각지대인 북한의 편에 서 있다. 이는 정구사 사제들이 아직도 “골수” 친북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반영한다. “공화국 인민들은 장군님의 품에 안겨 쌀밥과 고기국을 먹으며 행복하다.”고 치켜세웠어야 옳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정구사는 북한의 김정일 독재자의 말에 대해서는 “궤변“이니 하는 따위의 거친 말 한 마디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구사 소속 한 신부는 북한에 밀입국하여 북한을 찬양하거나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등 대한민국의 실정법을 어기면서 친북작태를 일삼은 예가 없지 않았다. 정구사가 그런 ”골수“ 친북사고에 빠져있지 않고서는 정 추기경을 “골수 반공주의자”라고 비난 할 수 없다. 
 
 6년 전 정구사 고문을 맡고 있던 함세웅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이 노무현 정권의 친북좌편향 행태를 비판했을 때도 김 추기경에 대든 적이 있었다. 김 추기경은 노무현 정권 시절 “반미친북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탄핵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차분하게 기다려보자”고 호소하였다. 반미친북과 노 대통령의 국회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 것이다. 그러자 함 신부는 “김 추기경의 참으라는 말씀은 불의의 독재시대에 권력자들이 늘 하던 표현”이라며 “김 추기경의 사고는 다소 시대착오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막말까지 하였다. 이 또한 사제로서 추기경을 좌편향으로 길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정구사에서 활동 중인 신부는 2008년 기준 전체 4,100여 명 중 500여명에 불과하다. 이 사제단은 1974년 당시 원주 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를 선언하고 구속되자 그의 석방과 민주화 운동의 일환으로 출범하였으나 그 목적의 순수성으로 인해 국민적 지지도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좌편향 통일운동으로 빠져든 것이 문제였다. 그 후 이 사제단은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철수, 대북경제지원 촉구 등 친북좌편향 언행을 감추지 않는다. 심지어 절대적 순종을 교리의 원칙을 삼고 있는 사제들이 오만방자하게도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정진석 추기경에까지 좌편향 길들이기를 하고 있으니 개탄해 마지않는다. 인간의 영적 구원을 인도하는 경건한 사제가 아니라 세력다툼에 빠진 속세 무리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천주교 교회법은 특정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정치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정치활동을 하려면 사제직을 떠나야 한다. 정치와 현실 이념문제에 간여 하려면 북한의 비민주적인 인간 탄압에 대해 먼저 따지고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순교해야 마땅하다. 정의를 내 세우며 그 정의를 파괴하고 있는 사제단은 교단의 갈등과 국민 분열을 가져오는 행동을 중단하고 사제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 갈 것을 촉구한다. 400만 신도들이 숭모하는 추기경에게  “시대착오적이다”, “골수 반공주의자”, “궤변”, “사퇴하라”며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고 막가려면 사제 옷을 벗어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들의 말대로 “교회의 불행”을 막는 길이다.(konas)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