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2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안현수 선수 일문일답
파벌싸움 있었지만 결정적 이유 아니라고 밝혀
“연인 우나리 사실상 부부관계…한국서 혼인신고”

모든 경기가 끝난 다음에 이야기하겠다고 했던 안현수가 드디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8년 만에 3관왕에 오른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22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벌싸움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러시아로 귀화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라며 다시 한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안현수는 “운동을 정말 하고 싶었고, 나를 믿어 주는 곳에서 마음 편히 운동을 하고 싶었다”며 “모든 걸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내린 결정이었고, 그 선택에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현수의 연인으로 알려졌던 우나리 씨와의 관계에 대해 안현수는 “결혼식만 안 올렸지 사실상 부부관계다. 한국에서 혼인 신고도 했다”며 자신의 배우자임을 밝혔다. 안현수는 “항상 곁에서 힘이 되는 사람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힘들지 않길 바랐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성적을 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공식 기자회견에서의 안현수와의 일문일답.

= 역대 쇼트트랙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선수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어서 영광이다.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응원을 받았고 나 또한 8년 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너무 기쁜 날이 됐다.”

= 안현수는 이번 올림픽의 주인공이었고 러시아 관중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셨다. 러시아에서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쇼트트랙을 알리는 것이 목표였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우리 팀이 서로에게 경쟁이 되고 많은 힘이 되었기에 계주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계주는 정말 메달을 따고 싶은 종목이었다. 그것을 이뤄 정말 기쁘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2018 평창올림픽에도 도전할 것인가?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더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이야기하겠지만 운동을 당장 그만둘 생각은 없다. 천천히 주위 분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 한국에 뭔가를 증명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나.

“선수는 누구나 결과로 보여주기를 원한다. 누구에게 뭔가를 증명하기보다는 이것이 나의 목표였다. 다시 올림픽에 나와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뻤고 거기에 의미를 두고 싶다.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도 큰 행복이다.”

= 러시아가 금메달을 돈을 주고 샀다는 말이 있는데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제공해 준 러시아다. 사람들마다 보는 시각은 다르고 내가 누굴 좋아한다고 나를 다 좋아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보는 시각이 다르다. 그런 말 또한 감수해야 한다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이 자리에서 목표로 한 것을 이뤘고 팀원들과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든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라스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 안현수가 플라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2014.2.22/뉴스1

= 3관왕 한 것과 달리 한국 남자선수는 노메달로 돌아가게 됐는데

“내가 낸 성적이 한국 선수들의 부진과 맞물리면서 이야기되는 것이 나 또한 올림픽 내내 많이 힘들었다.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4년 동안 같이 열심히 준비한 후배들이고 선수들이다. 내가 지금까지 말을 아낀 것은 내가 하지 않은 말들이 나가고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언론 보도에)더 이상 안 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했지만 올림픽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거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까도 한국 선수들과 이야기했는데, 후배들도 많이 힘들었을 거고, 나 또한 힘든 점이 있었다.”

= 한국 후배들을 위해 혹은 빙상계를 위해 조언해줄 게 있나?

“지금 한국선수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내가 이야기해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이건 이야기해줄 수 있겠다. 양쪽에서 운동을 해본 결과, 선수들에게 맞는 운동은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많은 선수도 있고 어린 선수도 있는데 같은 운동을 하다보면 좋아지는 선수도 있겠지만 안 좋아지는 선수도 있다. 러시아에서 훈련하면서 각자에 맞는 다른 프로그램을 가지고도 대표팀이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에 대해 파벌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은데 본인이 말하는 진실은?

“이것에 대해 저희 아버지께서 너무 많은 인터뷰를 하셨다. 나도 그런 부분에서 아버지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부풀려졌다. 아버지가 나를 너무 아끼는 마음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피해를 보는 부분도 있었기에 의견 충돌이 있었다.

2008년에 무릎 부상을 당했고 그 여파로 1년에 네번의 수술을 했다. 그래서 밴쿠버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이 열리기 전에 한달밖에 운동을 못한 상태에서 선발전에 출전했고 결국 탈락했다. 나에게 특혜를 줘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한국의 룰이 있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 했다.

파벌은 있었다. 있었지만 그게 귀화를 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렸듯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 운동을 하고 싶었고, 나를 믿어주는 곳에서 마음 편히 운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온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자꾸 나 때문에 시끄러워지는 것을 나 역시 원치 않는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과 부딪히는 것 같은 기사들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나 역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 러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러시아에 올 때에는 처음부터 귀화에 대한 생각과 확신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다. 여기서 훈련하면서 좋은 환경과 시스템을 봤고, 솔직히 나는 부상이 컸는데도 나를 믿어준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컸다. 나를 러시아로 데려온 러시아빙상연맹 회장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을 결과로 보여줘야 했을 것이다. 처음 와서 1, 2년은 힘들었다. 적응 문제도 있었고 나의 조급함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주고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런 부분이 맞물려 결정을 내린 가장 큰 계기가 됐다. 러시아는 나를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곳이어서 결정을 내렸다.”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의 말)

“빅토르는 처음 왔을 때 귀화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통역의 잘못인 것 같다. 그는 여기 훈련하러 온 게 아니라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를 대표하기 위해 온 것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이 점을 부정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미국과 러시아가 빅토를 두고 흥정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들도 나왔는데 이건 빅토르의 선택이었다. 물론 우리가 빅토르에게 의료 등을 지원한 것은 맞다. 그런데 빅토르를 처음 봤을 때 의사들도 매우 놀랐다. ‘이 선수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말했다. 부상이 심했고 수술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 대해서도 의료진이 매우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

= 귀화 과정에 대해 본인이 아는 대로 정확히 이야기해달라

“귀화는 러시아로 오기 전에 결정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나도 몰랐던 부분이고… 러시아에 온 이후에 회장님과 미팅이 있었고 거기서 그런 말들이 오가게 되었다. 그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팅을 가진 뒤 그런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에, 결정을 하고 그것을 언론에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도 내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귀화 절차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 러시아에서 믿어줬고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었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는데?

“믿음과 운동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자꾸 말씀드렸던 것은, 저 또한 2008년 당시에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성남시청에 입단을 하게 됐다. 그런데 입단을 하고 나서 한달 뒤에 바로 부상을 당하게 됐다. 나를 영입한 성남시청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또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 부분들이 맞물리면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팀이 해체됐고, 솔직히 그 당시에 나를 원하는 팀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 실업팀이 많지 않다. 있다고 해도 선수들도 거의 꽉 차있는 상태다. 여러가지 문제로 한국에서 시끄러웠던 것은 사실이고 부상으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준 것 역시 사실이기에 그런 부분이 정말 마음이 아팠다.

내가 원하는 올림픽을 다시 한번 나가 보고 싶었다. 정말로 나를 위한 선택이었고 이 모든 선택은 내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다. 그 결정에 대해 지금도 후회는 없다.”

= 우나리 씨와의 관계는?

“러시아 쪽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함께 시합도 아니고, 외국에 나와서 항상 곁에서 힘이 되는 사람이다. 사실 결혼식만 안 올렸을 뿐이지 사실상 부부관계다. 한국에서 혼인신고도 했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내가 좋은 성적을 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내린 결정으로 인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피해를 덜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 이 부분에 대해 한국에서 추측성 기사가 많이 나가서…”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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