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1  세월호 보험.

 

천안함이나 세월호 사건 같은 해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우선 배가 침몰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배가 바다 밑으로 완전히 가라앉은 다음에는 사실상 선내에 남아있는 사람을 산 채로 구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가 가라앉았다는 것은 부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고 그것은 선내에 공기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선내에 공기가 약간만 남아있어도 부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배는 물 위에 일부라도 선체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배가 해저에 완전히 가라앉은 다음에는 수심에 관계없이 선내에 있는 생존자를 구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 세계 해난사에 침몰한 선내에 있던 생존자를 구해낸 사례는 없다. 선내의 생존자를 구해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직까지 선체의 일부가 물 위에 드러나 있는 동안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배가 더 이상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침몰의 진행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것은 우선 대형크레인이다. 보통은 바지선에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는데 자체동력이 있는 것도 있지만 예인해서 끌어와야 하는 것도 많다. 배가 수십톤짜리 어선에서 수백톤짜리 연안선이라면 대형바지선의 크레인으로 매달아서 가라앉는 것을 막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세월호처럼 6천톤이 넘는 대형선박을 매달 수 있는 크레인은 없다. 그런 장비를 가진 해경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것이다. 설사 있다 해도 이번의 세월호처럼 조류가 엄청나게 센 바다에서는 바지선을 고정하기도 힘들고, 가라앉는 배도 고정되어 있지가 않다. 조류에 휩쓸려 피해선박도 움직이고, 바지선도 떠밀려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조류가 없는 바다라면 작은 크레인선 여러 척을 불러 피해선박을 둘러싸는 형식으로 매달아서 침몰을 멈추게 할 수도 있지만 조류가 강한 바다에서는 바지선들끼리 부딪혀 더 큰 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도 힘들고, 우선 필요한 수자만큼의 크레인선을 불러 모으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구조요원들이 선내로 진입하는 것은 배가 정지된 다음의 일이다. 침몰이 정지되고 배의 자세가 고정되었을 때 비로소 구조요원의 선내진입이 가능하다. 이번 세월호처럼 배가 가라앉고 있는 중이거나 뒤집어지고 있는 중에는 구조요원이 선내에 들어갈 수가 없다. 들어갔다가 만약 침몰이나 전복의 진행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면 희생자만 더 늘게 될뿐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한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면 세월호 사건 같은 것이 재발했을 때 대처가 가능할까? 해경은 못했지만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는 가라앉고 있는 천안함이나 세월호에서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국가안전처가 어떤 형태의 조직이 되건간에, 해난사고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훈련을 하던간에 그건 불가능하다. 세월호같이 6천톤이 넘는 배가 순식간에 뒤집어지고, 당연히 했어야 할 피난조치를 선장과 승무원들이 하지를 않아서 선내에 사람들이 남아있는 경우라면 그건 구조가 불가능한 상태이고, 해경이건 국가안전처이건 해군이건 간에 국가의 구조능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고이다. 즉 감수할 수밖에 없는 희생이며, 불가항력, 속수무책인 것이다.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피해의 수습이며, 피해자의 유족들에 대한 보상과 책임자의 처벌뿐이다.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은 물을 수가 없다. 자연재해를 비롯해서 대형재난사고는 인간의 구조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재난에 대처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재난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며, 일단 발생하면 희생은 피할 수가 없다는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재난을 당해서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하여 국가나 대통령이나 경찰과 군을 비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그 누가 해경청장이건, 누가 대통령이건, 누가 현장의 책임자이건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더 이상 뭐를 해야 했다는 것인가?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의 승무원들은 분명 잘못을 저질렀다. 응당의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구조대원들은 사실 큰 과실이 없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물론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백프로 최선을 다했다 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선내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구해내지 못했을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구해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뿐이다. 세월호 사건이 다시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6천톤이 넘는 큰 배가 가라앉고 있을 때 그것을 잡아서 멈추게 할만큼 거대한 크레인선을 건조해서 그것을 조작할 수 있는 요원들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사고가 6천톤짜리보다 작은 배만 일어나라는 법이 없다. 우리가 암만 6천톤짜리에 맞는 크레인을 준비해도 2만톤짜리 배가 사고를 내면 어찌할 것인가? 6천톤짜리 크레인이기 때문에 구조를 못했다면 그때 가서는 다시 2만톤짜리를 매달 수 있는 크레인선을 만들 것인가 이 말이다. 아니면 아예 10만톤짜리도 건져올릴 수 있는 초초특대형 골리앗 크레인선을 만들어 준비할 것인가. 그것을 만들었다 치자. 진도에 가까운 목포나 군산에 대기를 시켰는데, 이번에는 저 동해안의 삼척이나 울진에서 사고가 나면 거기까지 초대형 크레인선이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 생각해 보자. 그래서 그런 초초대형 크레인선을 서너척을 만들어서 동서남해안에 골고루 대기를 시키자. 그런데 20년, 30년이 지나도록 이런 사고가 안 일어나면 어찌 되는가? 수백억, 혹은 수천억이 들지도 모르는 대형 구난선을 건조하고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서 수백 명의 요원을 훈련하고 봉급을 주고 유지하는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을 할 것인가? 보험은 들어야 하지만 보험금의 부담이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만약에 보험금의 부담이 지나치게 높으면 차라리 사고의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모르고, 막상 일어났을 때는 가치가 있을 지 없을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비한다고 해군이 이지스함을 더 장비할 수 있는 예산을 크레인선 만드는데 쓰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크레인선을 보유하지 않는 한 국가안전처도 세월호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장비가 없는데 어쩔 것인가? 장비는 돈이다. 국민의 혈세이고 예산이다.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희소병에 거액의 보험을 드는 것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보험금이 필요한 병이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감정에 치우친 결정은 언제나 후회를 부른다. 재난에 대한 대비는 재난의 유형과 규모를 적절하게 예상해야 하며, 어떤 재난에도 대처가능한 준비를 한다는 것은 우리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것임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이 그런 능력을 갖게 되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통령보고 사과해라, 사과해라, 사과갖고 안된다, 울어라, 울어라 하는 국민은 미개한 거 맞다. 구조를 못했다고 해경을 해체시키는 대통령도 미개한 거 아닌지... 몽준이 아들내미가 했다는 소리가 대견스럽다. 아버지 선거에는 도움이 안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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