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섹시함, 잘 못 건드렸다.

영화「시스터 엑트」로 유명한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멋진 남편 데리고 사는 못생긴 여자로 유명하다. 간혹 남자는 장동건 뺨치게 미끈한데 여자는 영 ´아니올시다´ 인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으음... 저 여자, 돈이 좀 있는 모양이로군´ 하고 지레짐작하기 쉽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여자가 돈도 없고, 빽도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여자일 때,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돈도 빽도 없는 못생긴 여자를 데리고 사는 미끈한 남자는 의외로 매우 행복해 보인다. 나는 그 이유를 안다. 그 못생긴 여자가 자기 남편을 ´가장 멋진 수컷´으로 대우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영원한 어린아이다. 남자는 늘 골목대장을 꿈꾼다. 남자는 남자로 대접받을 때 행복해한다. 남자가 어느 때 가장 분노하는지 아는가? 아내가 자신을 쪼다로 취급할 때이다. 여편네들의 몰상식한 바가지와 악다구니가 남자들을 분노와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 것이다. 망할 놈의 여편네들...

첫 눈에 확 들어오는 섹시한 용모의 여자에게 호감이 가는 건 모든 남자들의- 나이에 관계없이- 공통점일 것이다. 남자의 성욕은 시각으로 자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피적이고 동물적인 감각일 뿐이다. 남자를 통전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이성(理性)이지 감각이 아니다. 아무리 섹시한 여자라도 그 여자가 남편을 쪼다로 취급하면 남자는 그때부터 다른 여자를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부시가 다른 여자를 기웃거리지 않은 것은 그의 아내 ´로라´가 부시를 ´수컷´으로, 그리고 ´골목대장´으로 인정해주고 보듬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클린턴이 이 여자, 저 여자를 기웃거린 것은 어쩌면 힐러리가 남편을 쪼다로 취급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볼 때, 강금실과 추미애가 ´힐러리´에 가깝다면 박근혜는 ´로라´에 가깝다.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을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언젠가 추미애는 자신의 여성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남편에게만 나의 여성을 과시하면 되는 것이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그럴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짜증스런 답변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기사를 읽으며 한참을 킬킬대고 웃은 적이 있다. 추미애의 말이 백 번 옳은데 그 말이 왜 그토록 우스웠던 것일까? 추미애의 ´섹스어필´을 공론화 하는 것이 본인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왠지 어색한 탓이 아니었을까?

추미애는 유부녀이고, 강금실은 이혼녀이며 박근혜는 독신녀(처녀)이다. 이들 중에서 ´섹스어필´을 공론화하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여자는 아마 강금실일 것이다. 강금실은 확실히 섹시하다. 그녀의 의상과 언어, 세련미와 지적 미모에서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레 감지된다. 이번에 강용석 중앙당 운영위원이 찬탄을 금치 못한 박근혜의 섹시함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만약에 그 대상이 박근혜가 아니라 강금실이었다면 아주 잘 어울렸을 것이다.

강용석 위원은 "진작부터 두둑해진 뱃살에 쳐다볼수록 대책이 없다고 느끼는 아들 둘까지 첨부하고 있는 유부남의 입장에서는 군살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에 애도 없는 처녀인 박근혜에 대해 섹시하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 면서 "나뿐 아니라 많은 유부남들(늙거나 젊거나를 막론하고)이 박근혜의 물구나무 선 모습, 완벽한 아치 모양의 허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 이라면서 박근혜가 단전호흡을 하는- 매우 도발적인(?) 자세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나는 강위원이 올린 글과 사진을 보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슨 싸구려 연예잡지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위원의 충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특별히 젊은층을 겨냥한 나름대로의 고육지책도 엿보인다. 그러나 강위원의 표현은 왠지 어색하고 천박하다는 느낌을 준다. 강위원은 ´박근혜´ 라는 브랜드를 완전히 잘 못 이해하고 있다. 박근혜의 섹시함은 절대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치 ´마돈나´의 섹시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박근혜는 그 누구보다 섹시하다. 그러나 그녀의 섹시함은 모든 남성들의 상상에 맡겨야 한다. 그녀의 활처럼 휜 몸매를 사진으로 공개하며 군침을 질질 흘리게 만드는 것은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산통을 깨는 것이다. 박근혜는 모든 남성들의 ´마돈나´ 이면서 동시에 상상 속의 연인으로 남아있어야 한다. 그녀는 남자들의 부성애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굶주린 모성애를 채워주어야 한다. 그녀는 모든 남자들을 수컷으로, 골목대장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남들이 다 아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은 진부한 일이다. 강위원은 박근혜의 섹시함을 진부하게 만들었다. 마돈나가 영원히 식상하지 않는 것은 그 속에 감추어진 섹시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의 섹시함은 알 듯 모를 듯 하늘하늘한 신기루여야 한다. 박정희의 비젼과 원칙, 육영수의 현숙함과 자상함, 부모님의 죽음과 그로 인한 인생의 깊은 시련 속에서 건져 올린 인내와 절제, 겸손함과 온유함, 그 총체적인 성숙함이 박근혜의 표상이어야 한다. 거기에 더 중요한 것은 그 총체적인 성숙함 속에 살포시 감취어져 있는 그녀의 섹시함이다. 그러나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서는 결코 안 된다.

 

 

<구름타운의 베리타스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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