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5
나는 박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티비에서 보다가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대목을 듣는 순간 "이런 패착을..." 하는 생각에 아찔한 심정이었다.
지금까지 그래도 잘해왔던 박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을 현명하게 못 넘기고 기어코 패착을 두고 마는구나 싶어 마시던 커피맛이 씁쓸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해경을 해체해서 단속권은 국가안전처로, 수사권은 경찰청으로 넘긴다는 방안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며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엉뚱한 결정이다. 해경이 무슨 일을 하는 조직인지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해경은 무장을 해야한다. 육지의 경찰이 하는 권총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기관총에 대포까지 사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해경의 순시선에 발칸이 달리고 함포까지 무장하고 있는 이유는 해경의 역할이 영해주권의 수호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해경의 영문표기는 'Korea Coast Guard'다. 'Sea Police'가 아니다. 이 명칭은 미국의 해경인 'U.S.A. Coast Guard'에서 따온 것인데, 미국의 코스트가드는 경찰이 아니라 군이다. 제4의 군으로서 자체적인 사관학교까지 갖고 있고, 보유 함대의 규모도 놀랄 정도이다. 왠만한 국가의 전해군력에 버금가는 함대조직을 갖고 있다. 제복도 해군제복과 동일하다. 그만큼 코스트가드는 준해군인 것이다. 평화시에 해군이 나서기 곤란한-나서게 되면 외교적 마찰이 우려되는-해상 분쟁에 투입하기 위한 군사력인 것이다.
이런 해양방위력이 절실한 것은 한국이 더하면 덜했지 미국보다 덜하지 않다. 우리가 앞으로 더욱 확충해야 할 국방력의 우선순위가 바로 해경이다. 법적으로 무장이 가능한 것은 경찰과 군 뿐이다. 일반 공무원이 권총을 차면 불법이며 국제법상 인정받지 못한다. 국가안전처 직원이 함포로 무장된 배를 타고 총을 들고 중국어선을 단속할 수 있나 하면 그건 불가능하다. 국가안전처라는 성격의 정부조직이 함포로 무장된 함대를 거느릴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것을 해결하려면 국가안전처를 경찰이나 군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럴려면 해경을 해체할 필요가 뭐 있으며, 국가안전처가 경찰외 경찰이나 군 아닌 군이 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야말로 옥상옥이며 행정의 중복이고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해상사건의 수사를 육상경찰인 경찰청에 넘긴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되는 조치이다. 이것은 경찰에서 수사권을 빼앗아 검찰에게 넘기는 것과 같다. 현장에 출동하지 않는 검사가 어떻게 수사를 하나? 검찰청에 수사를 일원화라려면 검사가 모든 사건의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수사의 토대는 바로 현장이기 때문이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은 사건에 대해 감을 가질 수가 없다. 바다를 나가지 않는 경찰청이 해상사건에 대해 제대로 감을 갖고 수사를 할 수 없을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원래 치안본부에 속해있던 해상사건의 수사를 해경에게 이관했던 것이다. 그것을 다시 되돌리자는 것이다.
즉흥적이고 분별없는 이런 결정은 심한 역풍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벌써 역풍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야당은 해경 해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고, 일반 여론도 비판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경 해체론은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힘을 잃게 될 것이고, 박대통령은 궁지에 몰릴 것이다.
한 눈에 결과가 보이는 일을 박대통령이 왜 이렇게 경솔하게 패착을 두는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대통령의 강점이 신중하고 사려깊다는 것이었는데...
구름~~
박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해경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해체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사고 자체가 해경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었음을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생존자가 아니라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되고 말았지만 해경의 노고를 치하하고 국민의 성원과 격려를 부탁했어야 했다. 그래서 마지막 한사람의 시신까지 남김없이 빠른 시간 내에 수습될 수 있도록 해경을 격려하고 사기를 높여주었어야 했다. 거기에 더해서 이 사고를 계기로 해서 해경의 장비와 인력을 더욱 보강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구난능력을 가진 해경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여객선의 안전운항에 관련된 업무를 소흘히 했던 유관기관에 대한 정비와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을 천명하고,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과 보호를 약속하고 사고의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되었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도둑을 맞았다고 개를 죽여 버리면 다음번 도둑은 휘파람을 불면서 담장을 넘는다. 도둑이 드는 데는 이유가 있고 도둑을 막는 책임이 개한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둑이 드는 이유를 돌아봐야 하고, 개가 약하면 잘 먹여서 힘을 키워줘야 한다. 한 마리로 안되면 마리 수를 늘려야 한다.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에 바다를 맡기겠다는 이야기는 개를 죽여버리고 소를 키우겠다는 소리다. 덩치야 소가 크지만 소가 도둑을 지킬 수 있나?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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